치루 수술을 하고 나서 7주가 지나고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드. 디. 어. 졸. 업!! 간호사 선생님이 “이제 병원 안 나오셔도 됩니다. 저희 계속 안 보셔도 돼요"(진짜 이렇게 말씀하셨음)라고 하시는데, 엄청난 안도감과 환희가 밀려왔습니다. 관리 열심히 해서 건강한 상태를 쭈욱 유지하자고 다짐하며 복기 차원의 글을 써봅니다.
치루란?
"선생님, 치루가 뭔가요?"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치루' 판정을 받았는데요. 참 생소했습니다. 치질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 치루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도대체 치루가 뭘까요?
출처: 연수함문외과의원(https://hamun.modoo.at/?link=ep4w8ddj)
항문이나 직장 주위에 생긴 염증이 곪고 만성화되면 항문 안쪽과 바깥쪽에 길이 생기고(치루관), 그 길 바깥쪽에 종기가 생기고(여드름 같이 생김) 여기서 고름이 나옵니다. 이걸 치루라고 합니다. 이 고름이 터지면 통증도 완화돼서 ‘다 나은 건가?’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치루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생겨요. ㅜㅜ
치루의 원인
"치루의 원인이 뭐죠? 대체 제가 뭘 잘못했길래 치루가 생긴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치루는 염증에서 비롯되는 거라 면역이 약화되면 발생 가능성이 생깁니다. 면역 약화가 근본 원인!
항문 속에는 항문샘이라고 배변을 돕는 분비물이 나오는 샘이 있는데요. 여기에 세균이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면 농양이 발생합니다. 보통은 세균이 들어가도 우리 몸이 이겨내죠. 그런데 '면역'이 약해지면 감염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치루는 특별히 예방법도 없고 (매사 면역 최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 항문 청결과도 거리가 있대요. 의사 선생님들께 꼬치꼬치 엄청 물어봤는데... 반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잠 많이 자” 였습니다. “식단은요?” 하고 여쭤보니까, “아무거나 잘 먹으면 돼. 몸에 나쁜 거 빼고" (기름지고 자극적일 정도의 매운 음식 빼고 골고루 섭취하라는 말로 이해 완료)라고 대답하셨어요. 운동하라는 말씀도 없었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잠 많이 자’라는 말씀만 반복, 강조하심ㅠ
보통 변비는 치핵으로, 설사는 치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설사 시 항문샘에서 세균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높겠지요... 설사는 스트레스 받아 소화가 잘 안되거나 몸에 안 맞는 걸 먹으면 발생하니, 설사를 할 때는 신체 면역이 떨어진 상태일 것이고요. (저처럼 위장 약하신 분들 조심하셔야… ㅠㅠ)
처음 치루 진단받았을 때는 엄청난 자괴감에 휩싸였습니다. 평소 운동, 식단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는 편이라 건강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내가 뭘 잘못한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치루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충분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몸 관리를 잘해도 하루 이틀 무리하면 걸릴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러니까 치루 걸렸다고 저처럼 자괴감 느끼시지 않아도 되어요~
치루 수술 후 찾아온 변화 (a.k.a. 항문 관리)
치루 수술 후 전에는 없던 습관들이 생겼습니다. 관리를 위해 했던 행동인데 두 달 동안 하니까 습관으로 굳어졌어요. 좋은 습관이니 앞으로도 쭈욱 이어갈 예정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물티슈 사용인데요. 사실 물티슈보다는 물로 씻어내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 왼손으로 뒤처리 하는 게 더러운 방법이 아니라 가장 위생적이고 건강한 방법이었네요...) 항문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배변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고 휴지로 닦지 않으니 항문이 건조해질 염려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물로 씻어서 닦는 것은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죠ㅠㅠ 그래서 물티슈가 필요합니다. 물티슈로 엉덩이를 꾹꾹 찍어 누르듯 닦으셔야 돼요. 막 비비시면 안 됩니다(의사 선생님이 셜). 물티슈는 화학 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 좋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유한x벌리 x이비데를 사용하고 있어요. (물에 녹으니 휴지처럼 그냥 변기에 버리면 돼서 편합니다.)
두 번째는 좌욕! 좌욕은 꼭 항문 질환이 있지 않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습관입니다.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항문에 피를 쏠리게 해 항문 건강에 좋지 않은 행위인데요(그래서 좌욕도 오래 하면 안 좋아요).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 근육이 이완되고 항문 피로(?)도 풀립니다..ㅋㅋ 5분에서 10분간 하는 게 좋다고 해요.
처음에는 좌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엄청 찾아봤어요. 근데 결국 못 찾음ㅜㅜ 병원에서도 구체적으로 잘 안 가르쳐 주더라고요. 간호사 선생님이 그냥 '좌욕하세요'라고만 하심...ㅠㅠ 그래서 처음에는 건식 좌욕 방석을 샀습니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고 전기방석처럼 뜨뜻해지는 방석) 그런데 병원에서 말하는 좌욕이 이 좌욕이 아니더라고요. 변기에 끼울 수 있는 크기의 좌욕기가 있습니다. 이거를 변기에 껴 놓고 그 안에 물을 받고 물에 엉덩이를 담그고 앉아 있는 것이 좌욕이에요.
시중에서 파는 좌욕기에는 온도 표시도 있답니다. 물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주의하라고 해놓은 것 같아요. (너무 뜨거우면 화상 입는대요!) 좌욕할 때 가만히 있기 보다 케겔운동을 해주면 항문 주변에 노폐물이 더 잘 제거된다고 해요.
세 번째는 12시 전에 잠들기입니다. 전에는 항상 잠이 부족했어요. 건강하다는 거 다 챙겨 먹고 운동도 꼭꼭 했는데, 이 모든 게 잠을 못 자면 소용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잠이 보약입니다.ㅠㅠ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제 잠은 절대 줄이지 않을 거예요. '몇 시간 자기' 하면 지키기 어려우니 12시 되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잠이 영 부족한 날에는 잠깐 새우잠이라도 자려고 해요.
네 번째는 (몸에 무리 가지 않는) 운동하기입니다. 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는 재미로, 20대에는 몸매를 위해, 직장 생활을 한 뒤부터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했습니다. 하루라도 운동을 않아면 몸이 아픈(?), 아파도 운동은 밥 먹듯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웨이트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잠을 못 잔 날도, 피곤한 날도, 매일 몸무게 두 배인 90~100kg을 들었다 놨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운동은 독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어요. 여유 있게 식사를 하지도, 잠을 푹 자지도 못하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고강도의 운동을 반복하는 패턴은 몸에 무리가 된다는 판단에서 걷기, 러닝, 요가 등 좀 더 몸 상태에 맞는 운동으로 갈아타려 합니다.